2016년 2월 29일 월요일

잡상(雜像) 어처구니(於處軀尼)

기와지붕의 추녀마루 위에 놓이는 와제(瓦製) 토우(土偶)가 잡상(雜像)이다. 궁전 건물이나 궁궐과 관련있는 건물 등에 화마(火魔)와 같은 사악한 기운이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주술적 목적으로 추녀마루 위에 세워 둔다.(장식기와의 일종)
중국 송(宋)나라에서 전래되어 조선시대에 성행하였던 잡상은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11개까지 홀수로 앉혀져 있다. 조선 말기 왕권강화의 상징인 경복궁의 경회루(慶會樓)에 가장 많은 11개가 올라가 있으며, 대한제국의 법궁(法宮)인 덕수궁 중화전(中和殿)에는 특이하게도 짝수인 10개의 잡상이 서 있다.


지난 토요일(2월 27일)… 내곡동 인릉(仁陵)에 답사 갔을 때, 재실(齋室) 마당에 교체를 마친 잡상(雜像)이 놓여 있기에 폰에 담아 봤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상와도(像瓦圖)에는… 삼장법사로 알려진 대당사부(大唐師父), 손행자(孫行者·손오공), 저팔계, 사화상(獅畵像·사오정), 허리 앞뒤에 뿔이 난 이귀박(二鬼朴), 입과 귀가 2개인 이구룡(二口龍), 말 모양의 마화상(馬畵像), 모든 재앙을 막아주는 삼살보살(三殺菩薩), 뒤통수에 뿔이 난 천산갑(穿山甲), 검붉은 곰 형상의 나토두(羅土頭) 순으로 표기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갑옷을 입고 있는 스님의 형상은 궁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여, 수좌를 손행자로 보는 소수의견도 있는 듯하다. 이럴 경우 차좌는 손오공의 시종인 손행자매가 된다.


벽사(辟邪)의 의미를 갖는 미니어처로 만들어도 좋을 듯하다.

2016년 2월 24일 수요일

이제 고마 우리 집에 가자

2월 24일 수요일… 기다리던 영화 ‘귀향’이 드디어 개봉했다. 요 몇년 사이에 이른바 1000만 영화라고 하는 대작(?)들을 극장에서 본 적이 없다. 가장 존경하는 이충무공의 ‘명량’ 조차 명절 때 TV에서 편성한 것으로 시청했을 뿐인데… 鬼鄕(Spirits’ Homecoming) 만큼은 꼭 개봉 당일 현장에서 보고 싶었다.
다행히도 가까운 곳에 메가박스가 있어 7시 15분 상영분을 관람할 수 있었는데… 2관 129석이 모두 만석이었다.

플롯은 바깥이야기와 안이야기가 맞물려 진행되는 변형된 액자소설 구조로 보면 될 거 같다.
127분의 러닝타임… 먹먹하고 답답하고 분노했다가 다시 허무에 빠지고 또다시 눈물 짓다가 반성하고 다짐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몇 번이나 깊은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1943년 즈음 20만명이 끌려갔다는데, 1991년 정신대 피해자로 등록되었던 분들은 238명, 이마저도 이제 44분만 생존(2016년 2월 24일 기준)해 계신다.


조정래 감독의 제작 동기와 무려 14년이 소요된 제작 기간, 歸鄕이 아닌 鬼鄕이라는 타이틀의 의미, 히트 조짐이 보이는 괴불노리개, 재능기부로 출연한 고마운 배우들, 엔딩 후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75,270명의 크라우드 펀딩 후원자 명단… 참으로 많은 걸 생각케 하는 묵직한 울림의 영화다.
노란 나비귀신이 되어 집으로 훨훨 날아 돌아오는 소녀들의 상처와 아픔이 영화의 씻김굿처럼 치유되기를 바래 본다.

2016년 2월 12일 금요일

알량한 수포자(數抛者) 대책

세종로에 위치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갔다가 박은 사진…
대한제국 시기 관립중학교의 대수학 수업 장면이다.

1900년, 종로구 화동(花洞) 1번지 언덕에 최초의 중학교로 개교한 관립 중학교(官立中學校)는 몇 번의 개칭을 거쳐 경기고등학교로 분리된 이후, 평준화정책이 시행되는 70년대 중반까지 넘버원 명문고로 군림했다. 현재는 정독도서관이 자리하고 있고, 경기고등학교는 1976년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와 청담역 사이로 이전했다.


x2 - 8xy = 153
x2 - 8xy + 16 = 153 + 16

좌변과 우변을 넘나드는 이항과 항등식의 개념…
등식의 성질과 변형 및 이를 이용한 방정식의 풀이…
다항식을 제곱한 완전제곱식과 인수분해…

요즘 중학교 과정의 수학책에도 나와 있는 내용이다. 좁은 갓을 착용한 학생들의 대수학(Algebra) 공부라니… 신기하다. (@.@)

2018년부터는 중고교 수학시험에서(초등학교는 2017년부터) 난도 높은 응용문제의 출제를 막는 교과과정 개정안이 시행된다고 한다. 내용도 전체적으로 20%가량 축소된다. 그리고 수학시간에 계산기를 사용하는 방안도 논의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학능력과 계산기의 사용은 연관성이 떨어진다. 기계의 도움으로 쉽게 답을 얻는다고 수학 자체가 쉬워지는 건 아니다. 이런 식으로 수포자가 속출하는 현상을 억제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삼라만상(森羅萬象)에 깃들어 있는 보편타당한 원리를 탐구하는 것이 수학이며, 우리 생활영역 곳곳에 활용되는 유용한 학문임을 알려주는 동시에, 개개 학생들의 현 수준을 고려해 기초와 심화과정을 차별적으로 운영하면서 막연한 두려움과 거부감을 극복하도록 해야할 터인데…
민주주의 후퇴, 남북관계 경색, 민생경제 파탄의 작금 상황에서… 기껏해야 역사 국정교과서나 숨어서 뚝딱 어거지 생산해 내는 정저지와 축들이 뭔들 하겠나.